** 잠이 빠져나간 섬(안면도) **
도무지 일렁이지 않는 태안바다에
적송 울울 간직한 섬이 있다
밤바다는 마땅한 노숙의 자리를 찾듯
끝없이 멀리 섬을 걸어나가고
어둠 속 덩그러니 갯뻘밭엔
가슴 헛헛한 그림자만 남는다
움푹움푹 구멍이 파이고
무언가 숨어 있을 듯한 기척만 보겠네
헤집어 파 본들 황량이 고이는 일몰의 눈물
차라리 아무라도 손잡아 퍼질러 앉아나 볼까
하늘의 별들 오롯이 총총
그곳으로 잠은 죄다 초롱초롱 불려나가고
혼령도 빠져나간 빈 몸으로
섬 하나 등 기대고 앉아
까치발 붙여 일렁이던
갈색 해조류 잠들지 못하는
소리 없는 울음 여기와 듣겠네.
- 탁영완 시 -